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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좀비소설] 들개들의 밤 - 8장 들개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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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이바 댓글 0건 조회 1,480회 작성일 18-10-1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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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끝에 다가왔습니다. 8장은 이제 세 챕터 정도 남았네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내일 저녁에 8-5, 금요일에 8-6, 토요일에 8-7, 일요일에  9장과 에필로그가 동시에 올라갈 거 같아요. 마무리 연재 시작은 하루 정도 차이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4)



“무리야, 무리. 이건 무리라고.”


방어선을 지키던 선임병의 입에서 절망 섞인 목소리가 터졌다. 홍승현. 그의 이름은 홍승현이었다. 그의 가슴팍에 달린 상병 계급장은 오래되어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그는 상말이었다. 예정대로라면 다음 달에는 병장이 될 것이고 몇 달 뻐기다 보면 사회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감염 사태가 모든 걸 바꾸었다. 그의 부대에서도 감염이 터졌다. 분대원들 대다수가 감염되었다. 그들은 잠을 자다가 당했다. 감염되었던 분대원들은 곧 소각되었다. 급하게 부대가 재편 되었다. 그는 후임병, 그러니까 본래 분대에서 살아남은 마지막 분대원인 김동환과 함께 승현은 다른 분대에 배속되었다. 둘은 똘똘 뭉쳤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후퇴 명령 안 떨어집니까?”


“씨발. 씨발! 밥도 못 먹게 이게 뭔 지랄이야.”


동환은 덜덜 떨면서 승현을 쳐다봤다. 방탄모에 부착된 일병 계급장이 초라했다. 둘은 모래주머니에 기대어 총을 꽉 껴안았다. 그들의 군화 앞에는 뜯다만 비상식량이 놓여 있었다.


“디지겠네, 진짜.”


그들이 올라와 있는 컨테이너 장벽이 흔들거렸다. 마지막 화력일까? 엄청난 포격이 그들 머리 위로 연달아 날아갔다. 포격은 장벽을 몇 백 미터 앞에 두고 같은 위치에 계속 떨어졌다. 폭발적인 화력이었고 구덩이가 생겨났다. 감염자들은 장벽에 채 닿기도 전에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그러나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너무나 많은 숫자라는 점이었다. 또한 이 길을 통하지 않고 내려온 감염자들이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들은 일단 그곳을 막는 것에 집중할 뿐이었다.


“너희들 뭐하냐! 고개 안 들어! 다들 뒤지고 싶냐!”


새로 배속된 분대의 분대장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그들을 닦달했다. 하지만 둘은 그의 말 따위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어차피 저 분대장도 뭘 알고 하는 소리는 아니었다. 정신없는 와중에 내뱉는 말들. 단지 그 수준에 불과했다. 패닉에 빠져 있는 건 분대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미친. 개미떼네. 개미떼.”


감염자들이 내뱉는 신음소리가 폭음을 압도했다. 동환은 웅웅거리는 소리에 귀를 막으려했다. 하지만 승현이 욕을 하며 손을 떼어냈다.


“니미, 그러다 죽는 거다.”


둘은 덜덜 떨었다. 공포가 되살아났다. 처음 감염자를 마주했을 때의 공포. 사람 좋던 분대장이 눈이 뒤집혀 자신들을 잡아먹으려 했던 기억. 딱딱 거리는 이빨에 걸려 있는 다른 분대원의 얼굴 조각. 그 기억이 불현듯 그들을 지배했다.




*****




“규성, 잠깐 이리 와봐.”


모니터링을 하고 있던 규성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팀장이 바깥에서 고개를 까닥거리며 나가자는 표현을 했다.


‘네?’


규성의 입모양은 저 형태를 취했다. 그러자 팀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아, 알겠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규성은 팀장을 따라 나섰다. 처음에는 담배나 피울 요량인 듯 싶었다. 하지만 평소와 달리 그는 사무실을 나온 뒤에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규성은 무슨 일인가 싶었으나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시답잖은 농담을 하기엔 전반적인 분위기 자체가 좋지 않기도 했다. 둘은 빌딩 밖으로 나왔다.


“담배 한 대 줘봐.”


“넵. 여기 있슴다.”


팀장이 손가락을 까닥이자 그는 몸을 굽히며 두 손으로 떠받치듯 담배 한 개비를 건넸다.


“불은?”


“넵!”


팀장의 심기가 썩 좋아 보이지 않았기에 규성은 눈치껏 불을 붙이고는 자신도 담배를 한 대 꺼냈다. 제대로 쉬지 못해서 그런 건지 연기가 텁텁한 게 예전 같지 않았다. 규성은 감염 사태가 끝나면 전자 담배로 바꿀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런 규성에게 답답한 눈빛을 보내던 팀장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너 왜 그랬냐?”


“네?”


“네는 무슨 네야?”


규성은 팀장이 무슨 말을 하는지 금방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곧 눈치를 챘다. 규성은 팀장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순간 망설였다. 그러나 딱히 규성의 답을 기다린 건 아니었던 듯 팀장이 말했다.


“일단 내가 위는 막았어.”


“아, 그렇습니까.”


“아, 그렇습니까는 무슨. 난리 날 뻔 했다. 너 자칫하면 끌려갈 수도 있었어. 내가 겨우겨우 설명하고 막은 거지. 그쪽 우리 관할 아닌 거 알잖아.”


규성은 검은 땅 바닥을 쳐다봤다.


“규성아.”


“네, 팀장님.”


담배를 끈 팀장은 규성을 진지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집중해라. 일단은 우리 쪽에 집중해. 네가 어떤 생각이 있는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나는 잘 모른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야. 일단 네가 살아야 돼. 네가 살아야지 뭐든 할 수 있다. 내 말 틀리냐?”


“맞습니다.”


“그래. 잘하자.”


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골이 송연하다는 말이 딱 이 느낌일 것이다. 유진의 부탁은 어려운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알아보는 정도였으니까. 그렇다면 관할의 문제였을까? 그 정도라면 팀장이 이렇게 자신을 따로 부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규성은 자기가 생각하는 이상의 무언가가 뒤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먼저 빌딩으로 들어가려던 팀장이 멈칫했다.


“슬슬 준비해. 우리 아래로 내려간다. 알지?”


“네, 알고 있습니다.”


“그래. 이래저래 머리 복잡할 텐데 담배라도 한 대 더 피우고 오든지.”


“아니, 괜찮습....... 아! 알겠습니다.”


손사래를 치던 규성은 팀장의 눈치에 알겠다고 대답했다. 말하지 않아도 무슨 뜻인지 알았다. 그는 슬쩍 핸드폰을 꺼냈다. 그때 팀장이 내던지듯 말했다.


“아. 우리 쪽 아니더라.”




*****




윤영은 현규를 데리고 텐트 밖으로 나왔다. 의젓해보였지만 애는 애였다. 뭐가 겁이 났는지 현규는 윤영에게 자꾸 화장실을 같이 가자고 졸랐다. 딱히 늦은 시간도 아니었고 날도 밝았다. 그럼에도 현규는 혼자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방어선 뚫렸대.”


“진짜? 누가 그래?”


“아까 군인들 이야기 하는 거 들었어.”


"확실해? 라디오에서는 아무런 말 없었어. 인터넷도 그렇고.”


줄이 길게 늘어선 화장실 앞에서 윤영은 다른 민간인들이 수군대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윤영은 속으로 믿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뭐, 뉴스나 인터넷이나 믿을 수 있나. 직접 눈으로 보기 전에는 모르는 거지.”


마치 자신의 속을 들여다 본 마냥 이야기를 나누던 누군가가 말했다. 윤영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뚫린 거 아니더라도 우리도 내려가야 하는 거 아냐? 어제보다 사람들이 더 줄었어.”


그 말 그대로였다. 하루 아니 시시각각으로 검문소 주변에 진을 쳤던 민간인들은 줄어들고 있었다. 여전히 검문소로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티가 나지 않았을 뿐이었다. 들어오는 피난민들도 한 두 팀 수준이 되자 이제는 실제로 인원이 줄어드는 게 눈에 보였다. 검문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가족이 걸렸거나 떠나기가 애매한 사람들만이 이곳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내려가면 어디로? 차라리 여긴 군대라도 있지.”


“남쪽은 그래도 많이 진정 됐다는데.”


아마 그들은 감염 사태가 곧 마무리 될 거라고 믿고 남아 있는 사람들이 것이다.


“가자. 지금이라도 짐 정리해서. 우리 뭐 묶인 것도 없잖아.”


그 말이 들리자 윤영은 슬쩍 현규의 눈치를 살폈다. 현규는 땅에 고개를 처박은 채 애꿎은 흙만 박박 쳐내고 있었다. 윤영은 슬그머니 두 손으로 현규의 귀를 감쌌다. 남쪽은 과연 안전할까. 불과 어젯밤 윤서와 수민에게 남쪽으로 가자고 말한 윤영이었지만 이젠 자신도 확신할 수 없었다. 잘 되던 핸드폰 통신도 이제는 자주 버벅거렸다. 폭발적이었던 친구들과의 단톡방은 시간이 갈수록 조용해졌다. 윤영은 고민했다. 게다가 이제는 현규가 눈에 밟혔다. 윤영의 마음을 대변하듯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안 가. 가봤자 다를 게 있나.”


그들은 여전히 북쪽의 상황이 어떤지 알지 못했다. 여전히 밀려 내려오는 피난민들이 그들의 불안함을 자극했지만 그들은 무기력했다.




*****




유진과 성미는 여전히 같은 자리였다. 검문소 앞에는 적잖은 수의 민간인들이 진을 치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한 떼의 군인들이었다. 그들은 기묘하게도 검문소 바깥이 아닌 안쪽을 경계하고 있었다.


“형부!”


유진이 터벅터벅 걸어오는 경수를 불렀다. 거무튀튀하게 수염이 올라온 경수의 표정은 그만큼 지쳐보였다.


“괜찮아요?”


경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내가 문제는 아니지.”


“뭐래요?”


“말해줄 수 없대. 주변에 알 만한 사람들도 좀 만나봤지만 그 사람들도 별반 다를 거 없는 모양이야.”


수진이 어디로 끌려갔고 어디에 감금되었는지 그들은 알지 못했다. 검문소에서 도보로 불과 1시간 거리에 수진이 감금되어 있다는 사실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아니, 알았다고 하더라도 의미가 있을까. 유진은 자꾸 애만 탔다.


- 다들 무사한가요?


그녀가 동기들의 단톡방에 남긴 메시지는 읽었다는 표시만 뜰 뿐이었다. 하지만 동기들이 읽었다는 사실도 장담할 수는 없었다. 통신망은 너무나 불안정했다. 답답했다. 분명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도 모든 게 깜깜했다.


유진의 핸드폰이 위잉 울렸고 그녀는 깜짝 놀라 주머니에 넣으려던 핸드폰을 허겁지겁 꺼냈다. 메시지는 규성에게서 온 것이었다. 연달아 핸드폰이 울리며 규성이 보낸 메시지들이 도착했다. 역시 통신망에 생긴 문제 때문인 듯 규성이 보낸 시점에서 이미 몇 시간은 지나 있었다.


자신이 부탁한 걸 알아본 걸까? 유진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 잠금을 풀었다.


- 유진씨.


단문의 메시지. 뭐가 급했을까?


유진은 규성이 보낸 다른 메시지를 읽었다.


- 거기 위험해요. 남쪽으로 가요.


-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설명할게요.


가타부타 말이 없이 규성은 자신에게 남쪽으로 가란 말만 했다. 유진이 원했던 대답은 아니었다. 하지만 남쪽으로 가라는 메시지는 명확하게 들어왔다. 유진은 망설였다. 어차피 여기 있어봤자 더 이상 답은 나오지 않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최소한 언니가 어디로 끌려갔는지 어떻게 됐는지 그것만은 확인하고 싶었다. 규성의 메시지와 언니의 부재 사이에서 유진은 갈등하고 있었다. 규성은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규성이 보낸, 최선을 다한 불확실한 정보가 그녀의 눈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




*****




방어선을 계획했던 자들은 외부의 파도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북한에서 내려오는 수많은 피난민들 그리고 감염자들. 그들이 문제라고. 방어선이 결국 무너진다면 그들 때문이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그들은 그전보다 더 높이 컨테이너 장벽을 쌓았다. 공습도 지속했다. 그러면 방어선이 무너질지언정 시간을 벌어줄 것이라고, 충분히 대비할 시간을 마련해줄 것이라고, 방어선을 지키고 있는 병력들도 후퇴할 시간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의 착각이었다.


붕괴는 내부에서 시작되었다.


감염된 딸과 방어선에 도착한 남자. 그는 딸에게 물린 채 총에 맞았다. 물린 남자의 얼굴에서 터진 피 몇 방울이 그를 맞이하러 갔던 군인의 얼굴에 튀었다. 그는 급히 피를 닦아냈으나 이미 늦은 뒤였다. 피 몇 방울이 이마를 타고 그의 눈에 들어갔다. 군인은 눈을 깜박였고 그걸로 끝이 났다고 생각했다. 주변에 알릴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해서 하지 못했다. 자신의 눈에 피가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면 주변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겁났다. 군인의 얼굴에 핏방울이 튀었다는 걸 본 사람들이 있었고 그가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냈기에 그는 검사를 받았다. 감염이 발생하는 시간이 빨라졌기에 그는 발병 예상 시간 동안 격리되었다.


다행히 감염이 발생할 시간이 지났고 군인은 발병하지 않았다. 그는 원대로 복귀하는 대신 잠깐의 휴식을 명령 받았다. 꽤나 오랜 근무와 스트레스에 피곤함을 느낀 군인은 그대로 잠이 들었다. 만 하루가 조금 지난 시점. 그는 발병했다.


군부대에서 발생한 대다수의 감염이 그랬듯 감염된 병사가 제일 먼저 감염 시킨 것은 자신의 주변에 있던 병사들이었다. 아주 짧은 시간, 방어선 안에서 감염은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




“야이, 씨발!”


승현이 개머리판으로 감염자의 얼굴을 찍었다. 충격에 얼굴이 푹 파인 감염자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더니 그대로 장벽 아래로 떨어졌다. 그는 부들부들 거렸으나 일어나지 않았다. 떨어진 감염자의 어깨에는 분대장 견장이 달려 있었다.


- 타다다다!


방어선 안에서 총격소리가 요란했다. 문제가 되는 건 단순히 총격만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섞이고 또 섞여 누구를 공격하고 누구를 살려야 할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미친! 돌겠네!”


승현은 절망에 어린 표정이었다. 감염은 또 다른 감염을 낳았다. 느지막이 도착해서 방어선에 남아 있던 기자들과 정치인들, 집회 중이던 민간인들도 감염자들에게 속절없이 공격당했다. 이미 늦은 저녁이었기에 주변은 어둑어둑해졌고 혼란이 가중되었다. 불길이 번졌고 치적물자에 옮겨 붙은 불길은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컨테이너 장벽 하나가 그로 인해 뻥 뚫려 버렸다.


“북쪽! 북쪽에서 엄청 옵니다!”


동환이 비명을 질렀다. 지독한 공습에서도 살아남은 감염자들은 북쪽에서도 밀려 내려오기 시작했다. 장벽을 사이에 두고 감염이 들끓었다.


“뭐해! 사격해!”


간부 한 명이 그들에게 소리쳤다. 승현과 동환은 북쪽에 있는 감염자들에게 총을 겨눴다.


- 타다다당!


야간 사격이었고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불타오르는 조명탑들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그들이 쏜 총알은 땅에 박히며 변죽만 울릴 뿐이었다.


“저 놈! 저 놈 막아!”


한 떼의 감염자 무리가 폭발에 뚫린 장벽 아래로 들어서고 있었다. 간부의 비명에 몇몇 병사들이 총을 난사했으나 형편없이 빗나갔다. 그나마 감염자들의 머리가 아닌 몸통이나 다리에 맞은 총알 몇 발이 있을 뿐이었다. 총알을 맞은 감염자들은 내장이 삐죽 나온 채로 아니면 다리 한 쪽이 날아가 버린 채로 방어선 안으로 기어 들어왔다.


“악! 이거! 이 개같은 새끼가!”


악을 질러대던 간부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승현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계단을 타고 올라오던 감염자가, 얼굴을 반쯤 들이밀고는 앞에 있떤 간부의 종아리를 물어 버렸다. 다리에 힘이 풀린 간부는 무너지듯 넘어졌다. 그는 고통과 공포에 가득 찬 얼굴로 헛발질을 해댔다.


“아! 으아으아!”


승현은 급히 총구를 간부 쪽으로 돌렸다. 그의 눈과 간부의 눈이 마주쳤다.


“안 돼! 쏘지 마! 쏘지 마!”


“으으으으으!”


승현은 덜덜 떨었다. 간부. 아는 사람.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감염이 일어나기 전부터 같은 부대였다. 그의 손가락이 덜덜 떨렸다. 승현의 눈빛 그리고 손가락. 그것을 본 간부는 가망이 없다는 걸 깨달았는지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핏줄기가 한가득 그의 바짓가랑이를 적셨다.


- 타다당!


세 발의 총성과 함께 간부의 머리가 날아갔다. 간부를 물었던 감염자는 간부가 죽자 아예 계단을 타고는 장벽 위로 올라왔다. 때를 놓치지 않고 옆에 있던 동환이 달려 나가 군홧발로 감염자의 복부를 밀어쳤다. 동환의 군홧발에 감염자는 계단에 굴러 떨어졌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감염자의 목이 꺾여버렸다.


“이건 너무 하잖아......”


고개를 내밀어 감염자의 상태를 확인한 동환은 울먹이듯 말했다.


감염자는 목이 꺾인 그대로 계단을 기어 올라오려 했다. 승현의 총구가 감염자를 향했다.


- 쿵!


그 순간 근처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화들짝 놀란 승현은 엉겁결에 총을 쐈다. 총알은 컨테이너 장벽을 뚫고는 바닥에 처박혔다. 그는 재차 감염자를 조준했다. 단 발의 총성과 함께 감염자가 그대로 쓰러졌다.


- 철컥! 철컥!


승현은 어느 순간 자신에게 총알이 다 떨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각오하고 있었지만 그는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승현은 총을 거꾸로 잡았다. 그가 들고 있는 K2 소총의 개머리판은 몇 번의 충격으로 인해 덜렁덜렁해진 느낌이었다.


“와 봐! 와 봐!”


그는 고래고래 악을 쓰며 총을 휘둘렀다. 승현의 눈은 이미 벌겋게 달아올랐다. 근처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온 몸이 뜨거웠다. 그가 휘두른 소총에 다가오던 감염자 한 명이 머리를 맞았다. 감염자는 기우뚱대다가 발을 헛디뎌 아래로 떨어졌다. 감염자는 자신에게도 불이 붙자 고통에 찬 비명을 질러댔다. 아니, 그게 고통에 찬 것인지 아니면 습관적인 비명인지 알 수 없었다. 그의 비명은 가래가 섞인 듯 탁했고 동시에 유리를 긁어대는 것처럼 찢어지는 소리였다.


“홍승현 상병님! 어서 가요! 얼른 가야 되요!”


동환이 목청껏 외쳤다. 그는 계단을 내려가면서 한 손으로 여전히 소총을 휘두르고 있는 승현을 아래쪽으로 끌어냈다. 장벽 아래에서는 자신들과 같은 군인 몇 명이 몰려드는 감염자들을 막아내며 퇴로를 만들고 있었다. 더 이상 양쪽에서 장벽으로 넘어 오는 감염자들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이제는 정말 도망쳐야 했다.


“씨발 새끼들! 개 같은 새끼들아!”


승현이 욕을 내뱉을수록 감염자들의 시선은 그에게 집중되었다. 승현은 동환에게 붙잡혀 질질 아래로 끌려가면서도 욕지거리와 총을 휘두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결국 덜렁거리던 소총 개머리판이 끊어졌다. 하지만 그의 목청은 끊어지지 않았다. 그의 욕지거리가 감염자들을 향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를 향하는 건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악! 악!”


철모가 벗겨지면서 승현은 몇 번 머리를 찍었다. 그제야 그는 겨우 정신을 차렸다. 멀리서 불길이 피어올랐다. 사람들의 비명 소리는 점차 줄어들었다. 하늘 위에서는 헬기 몇 대가 혼란스럽게 날아다녔다. 헬기들은 기관총으로 사격을 하거나 서치라이트 불빛을 요란하게 흔들리며 감염자들을 교란시켰다. 한 명이라도 더 생존자들을 구하기 위함이었다.


“내 팔! 내 팔! 오지 마! 오지 마!”


퇴로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던 병사 한 명이 비명을 질렀다. 감염자가 그의 팔을 물자 병사는 소총을 떨어트렸다. 어두운 와중에도 팔목에서 솟구치는 핏줄기가 보였다. 그가 비명을 지를수록 더 많은 감염자가 달려들었다. 또 다른 감염자는 그의 발목을 잡아 뜯었고 어떤 감염자는 그의 뒷목을 잡았다. 마지막으로 그의 몸통을 그리고 얼굴을 감염자 두 명이 각각 부여잡고 뜯어냈다. 그의 비명은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헬기들이 그렇게 감염자들을 교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소용이 없었다. 감염자들을 철저히 살아있는 인간에게 집중했다.


- 쿠웅!


어디선가 포탄이 날아왔다. 하필 포탄이 떨어진 곳은 감염자들이 아닌 생존한 군인 무리 들이 있던 곳이었다. 승현과 동환 역시 후폭풍에 휘말려 튕겨져 나갔다.


“씨발 새끼들아!”


승현은 머리가 윙윙 울렸다.


“똑바로 쏘라고! 똑바로!”


목청이 터져라 입안에서 단내를 넘어 쇠맛이 잔뜩 풍기는 악을 질러댔으나 승현은 자신의 머릿속에서만 들리는 기분이었다. 그는 겨우겨우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봤다. 동환은 저멀리 쓰러져 있었다. 일어날 기미는 없었다. 다른 병사들 역시 땅바닥에 널브러져 뒤틀거릴 뿐이었다.


“동환아, 가자. 집에 가야지. 살아서 가야지!”


승현은 동환에게 다가가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얼마 가지도 못하고 그는 픽 그대로 쓰러졌다.


왜 그러지?


승현은 의아하게 생각하며 다시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또 일어서자마자 그는 고꾸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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